프롤로그
얼굴 없는 남자가 초상화를 그려달라고 한다. 나는 그리지 못했고, 그 남자는 펭귄 부적을 다시 가져갔다. 언젠가는 "무"를 그릴 것이다. 한 화가가 '기사단장 죽이기'라는 그림을 완성했던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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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머리의 왼쪽에는 골짜기가 있고 오른쪽을 바다가 있는, 왼쪽은 비가 오고 오른쪽은 맑은.. 그런 위치에 집에 산다. 9개월간의 이혼 끝에 다시 합쳤다. 그리곤 몇 년이 흘렀다. 이 시기의 혼란한 것을 기억을 해내며 지금 글을 쓰고 있다. 이 집은 미대 동기 친구 아마다 마사히코가 치매에 걸린 자기의 아버지가 쓰던 집이었는데, 아버지가 아파 요양병원에 가면서 집이 비어 있어서 내게 빌려주었다. 아내와 헤어지고 이 집에 들어와 살았다. 산속에 있는 집에.... 내 나이는 36살이다. 나는 대학 때 추상화를 그렸다. 근데 돈이 되질 않아 돈벌이로 가끔 초상화를 그렸다. 초상화로 제법 인기있는 화가였다. 돈도 제법 벌었다. 그러다가 초상환 전문 화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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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이혼하자고 했다. 아내는 남자가 생겼다고 했고, 그것만이 이혼의 이유는 아니라고 했다. 별 말없이 그 집에서 나와서 오래된 푸조205를 운전하며 정처없이 이동하며 한달 반을 보냈다. 아내(이름은 유즈다)를 처음 만난건 당시 여차친구의 친구로서다. 죽은 누이동생을 떠올리게 하기에 아내에게 첫눈에 반해버렸다. 외모가 닮진 않았지만, 표정의 움직이 닮았다. 특히 그 눈빛이… 그렇게 푸조를 타고 1달 반이 지나, 나만의 그림을 그리고 싶어져서 곧장 토쿄로 돌아오는데, 푸조차가 망가져 폐차해야 했다. 친구에게 도쿄로 돌아가는 길인데, 머무를 곳이 없다고 얘기해서 지금의 이 산중의 집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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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머리에 있는 그집에서 생활을 했다. 친구 오마다가 알선해준 근처 시내에 문화센터에서 일주일에 2번씩 미술강습을 하기로 했고, 바로 도요타 코롤라 왜건을 중고로 하나 샀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수업을 했고, 성인반은 1주일에 두 번을 했다. 그 수강생 중에 2명과 섹스를 했다. 하나는 연하 하나는 5살 빨간 미니쿠페를 타는 연상. 그 집에서 살면서 몇달 후에 나는 <기사단장 죽이기>라는 아마다 도모히코(친구 아빠, 집주인)의 그림을 발견했다. 그 그림은 나를 둘러싼 주위 상황을 완전히 뒤바꾸어 놓았다. 그 때는 몰랐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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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다 집주인이 그림을 그릴 때 썼던 화방에서 그림을 그릴려 했으나, 아무런 모티브도 없었다. 그저 무한히 무를 창조하고 있었다. 흰 캔버스와 흰 벽 그리고 오페라.. 그러던 중 그 연상의 여자와 섹스를 즐겼다. 그렇게 그것이 일상이 되어갔다. 36살.. 마흔이 되기 전에 화가로서 고유한 작품세를 확보해야 하는데..아무것도 그릴 수 없었다. 그의 집에 있으면서 아마다 도모히코를 조금 더 알아보고 싶어졌다. 서양화를 공부하러 빈에 갔다가 귀국해서 서양화를 그리지 않고, 일본화로 전향한 특이한 인물을...아마다 도모히코는 부유한 집에서 태어나 2차 전쟁 시설 빈에 있었고, 전쟁이 나서 일본으로 귀국해서 산속에 철저히 고립 생활을 즐기며 혼자 일본화를 공부해 나갔다. 그런 후에 그는 매우 유명한 일본화를 그리는 화가로 자리 매김했다. 대중적으로로 유명해졌고 공공장소에서 그의 작품이 걸리기도 했다. 유명세를 탔지만 세상에 나오지 않고 산머리에 있는 이집에서 은둔생활을 했다. 어느 날 골짜기 반대편 대저택 같은 곳에서 무언가를 고민하는 듯한 남자의 형체를 보았다. 그 사람으로 인해 내 인생을 바꿔버릴 지는 그때는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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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카 시대를 주로 그렸던 아마다 도모히코의 그림을 발견했다. 기사단장 죽이기라고 제목처럼 되어 있는 그림. 폭력적인 그림. 아스카 시대 복식을 한 남녀를 그린 그림. 젊은 청년이 노인을 칼로 찔러 피가 흐르는 그림. 냉정한 젊은 청년, 그리고 허공을 쳐다보고 실패를 느낀 노인. 아마다가 그려왔던 온화한 그림이 아니고 폭력적인 그림이다. 그 싸움의 광경을 놀라 보고 있는 젊은 여, 그리고 누구의 하인인지 모르는 남자 하인. 이렇게 총 4명이 나온다. 거기에 또 하나 책의 각주같은 왼쪽 아래에 네모난 나무맨홀같이 생긴 문을 열고 지하에서 지상을 구경하기라도 하는 듯한 기묘한 목격자가 있다. 이 기괴한 구조... 그리고 왜 제목은 기사단장 죽이기 인가? 일본은 기사라는 말이 없다. 기사는 중세 유럽에서나 나오는 것 아닌가? 모짜르트 오페라 돈죠반니 첫머리에 기사단장 죽이기 장면이 있다. 돈죠반니에게 죽임을 당하는 사람이 기사단장이다. 초반에 돈조반니에게 죽임을 당하고 불길하게 돌아다니는 조각상으로 돈지오반니 앞에 나타나 그를 지옥으로 데려간다. 그림은 돈죠반니(절은 남자), 살해당하는 노인은 기사단장, 젊은 여자는 기사단장의 딸 돈나안나, 하인은 돈죠반니의 하인, 됸죠반니가 기사단장의 딸을 탐하려다 들키자 기사단장을 결투 끝에 찔러 죽이는 장면이다. 모짜르트 오페라와 아스카시대로 소환한 그림.. 근데 왜?? 갑자기? 그리고 왜 이 그림을 고이 천장에 숨겼을까? 그리고.. 그 긴 얼굴의 땅속에서 땅 밖을 내다보는 그 긴 얼굴의 사람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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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 만에 초상화 에이전트가 연락이 와서 아주 비싸게 초상화 제작을 의뢰했다. 고민 끝에 의뢰를 받아들였다. 내가 사는 곳을 알고 있다.. 좀 이상하긴 해도 부딪쳐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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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상화의 주인공과 만나는 날. 백발의 중년신사 캐주얼을 입고 운동신경이 좋아 보이는 보습으로 비싼 재규어 차를 타고 왔다. 멘시키라는 이름의 사람. 그 사람이 아까 그 골짜기 건너편의 3층 저택에 사는 사람이다. 알수없는 그... 지나치게 힌 백발... 수수께끼 투성이...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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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 자초지정을 얘기 했더니, 초상화 의뢰한 사람을 조심하라고 했다. 이상하다고.... 그녀는 약속을 하고 나에게 왔다. 멘시키를 물어봤고, 그녀는 알아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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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리는 날이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장미의 기사> 오페라를 멘시키가 골랐다. 그는 서로에게 뭔가를 교류하는 것을 얘기했다. 어린아이들의 조개껍질 교환같은... 그림을 그릴려 했는데, 그리리 어려웠다. 뭔가가 빠져있었다. 멘시키가 얘기한 데로 둘 사이에는 교류가 없었던 걸까? 명함을 주었다. "와타루 멘시키" 그의 풀 네임이다. 나이는 54세. 한때 IT기업을 경영하고 그 회사를 대기업에 팔아 돈을 마련하고 지금은 그 저택에서 혼자 산다. 은퇴한 셈이다. 결혼한 적도 없고, 지금은 일해주는 사람도 없이 혼자 산다. 아마다 도모히코에 대해 멘시키가 얘기했다. 인생의 전환점을 잘 움켜쥐었다고 빈 유학 후 서양화에서 일본화로 전환했다고… 일본화라는 것은 원래 그렇게 불리지도 않았다. 19세기 메이지유신으로 서양문물이 들어오면서 일본내 생활 속에 있었던 미술이 격상되어 서양의 미술과 구분하기 위해서 일본화라는 것이 생겼다고 나는 설명했다. 그와 2시간을 넘게 있었지만 그의 존재에 중심에 있는 것을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림을 그릴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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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 살에 누이동생이 12살의 나이로 갑자기 죽었다. 어렸을 적 문제였던 심장의 문제로 그동안은 문제없나 싶었는데, 갑자기 죽었다. 동생이 죽고 동생의 방에서 나는 스케치북에 동생을 그렸다. 그 때는 미술적인 기교와 기술이 없었지만, 지금 봐도 그 그림은 나를 울리는 그림이었다. 지금 화가다 되었지만 그렇게 나를 울리는 그림은 없었다. 동생의 죽음은 나에게 폐소공포증을 가져다 주었다. 동생이 갇힌 작은 관의 밀폐된 공간이 주는 답답함...동생은 그렇게 좁은 관속에서 화장터로 갔다. 넓은 들판에 있어야 할 동생이 말이다. 그렇게 나는 공황장애를 얻었다. 유부녀 연상녀와 집에서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그녀가 멘시키에 대한 정글 뉴스를 들려주었다. 멘시키는 그 집을 지은 게 아니었다. 이사 온지는 2년정도됐다고 한다. 그 집에는 멘시키가 절대 열어 보지 말라는 방이 있다. 미대에서 미술공부를 하고 가정형편은 더 안좋아졌다. 아버지의 사업이 점차 어려워졌다. 그럴 수록 나는 미술공부에 더 전념한 것 같다. 그리고 동생도 더이상 그리지 않았다. 나는 추상화를 그렸다. 그렇게 추상화를 그리니 돈벌이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초상화를 그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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